영화의 중심 인물인 해랑은 갑작스런 과제를 받게 된다. ‘독립’은 젊은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과제 중에 하나이다.
누군가는 대학을 다니면서, 누군가는 졸업을 하고 나서부터, 혹은 취업을 하고 나서부터 각각의 독립 시기들이 있지만, 나는 해랑이라는 캐릭터에게 ‘졸업 직전’에 그 과제를 던져보았다.
영화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들은, 내가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만난 평범한 사람들,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그런 보통의 사람들이다.
캐릭터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히 살아왔었다. ‘엄마’로서, ‘자식’으로서 혹은 ‘지망생’들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오게 된 어느 날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이탈하게 된다.
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엄마의 퇴사로부터 시작된다. 엄마는 퇴사를 하면서부터 귀향을 결심하고 25년간 해온 ‘엄마’라는 역할에 이탈하게 된다. 그 영향으로 해랑은 처음으로 부모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독립을 하게 되고, ‘지망생’으로서의 역할을 처음 갈등하게 된다.
해랑은 자립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클 수록 꿈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. 졸업 이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초반에 보여진 인물의 확신은 점점 힘을 잃어간다. ‘해랑’이라는 인물에게는 특별한 영화적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. 현재 대한민국의 20대들이 겪는 불안을 해랑이 겪는 작은 사건들로 재현시켰다.
그 사건들은 지금의 20대들을 인터뷰 한 바탕으로 각색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. 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영화에 담아내는 것 만으로도 이 거대한 재앙을 표현하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.
현실 대로 영화를 마무리 짓기에 그들 앞에 놓여진 건 벽 뿐이었다.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대답은 여전히 나에게 가지고 있지 않다.
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마무리까지 놓치지 않고자 했던 다짐은 감독으로서 현실에 대해 답을 내려주기 보다 각자의 졸업을 응원 하자는 것이었다. 영화의 해피엔딩을 보고 난 이후에 각자의 상황에서 어떤 희망을 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, <졸업>을 만들었다.